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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보증금 안 돌려줄 때: 내용증명부터 경매까지 단계별로 받아내는 법 (2026)

May 27, 2026
5 min read

만기는 다가오는데 집주인이 “다음 세입자 구하면 줄게”라며 미룬다. 이사 날짜는 잡혔고, 새 집 잔금도 치러야 한다. 이 글을 검색해서 들어왔다면 십중팔구 이 상황일 거다.

먼저 마음부터 가라앉히자. 보증금을 떼이는 일은 생각보다 드물다. 문제는 “받느냐 못 받느냐”보다 “얼마나 빨리, 얼마나 덜 손해 보며 받느냐”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리고 그 속도는 지금부터 무엇을 하느냐에 달려 있다.

다른 건 다 잊어도 이것 하나: 이사 가기 전에 임차권등기

가장 흔하고 가장 뼈아픈 실수가 바로 이거다. 보증금도 못 받았는데 새 집으로 먼저 이사를 가고 전입신고를 옮겨버리는 것.

전세 세입자가 보증금을 지킬 수 있는 힘은 대항력우선변제권에서 나온다. 이 두 가지는 “그 집에 살면서 + 전입신고가 되어 있는” 상태가 유지돼야 살아 있다. 이사를 나가고 주소를 옮기면 둘 다 사라진다. 집이 경매로 넘어가도 우선해서 돈을 받을 권리를 잃는다는 뜻이다.

그래서 순서가 중요하다. 임차권등기명령으로 등기부에 “나 여기 보증금 못 받고 나간다”는 표시를 박아두고, 그 등기가 완료된 걸 확인한 뒤에 이사를 가야 한다. 임차권등기가 끝난 뒤에는 이사를 가고 전입신고를 옮겨도 이미 취득한 대항력·우선변제권이 그대로 유지된다.

이 한 가지만 지켜도 최악은 피한다. 나머지는 시간과 비용의 문제다.

1단계 — 내용증명: 효력보다 ‘기록’이 목적

내용증명은 무슨 법적 강제력이 있는 문서가 아니다. “내가 언제, 이런 내용을 분명히 통보했다”는 사실을 우체국이 보증해주는 편지일 뿐이다. 그런데도 가장 먼저 보내는 이유가 있다.

  • 집주인에게 심리적 압박을 준다. 농담처럼 미루던 사람도 빨간 도장 찍힌 우편을 받으면 태도가 달라지는 경우가 많다.
  • 나중에 소송으로 갈 때 “임대인이 반환을 지체했다”는 증거가 된다. 지연이자(연 5~12%)를 청구할 근거다.

내용에는 ① 임대차계약 사실과 계약기간, ② 계약 종료일, ③ 돌려받아야 할 보증금 액수, ④ “언제까지 반환하라”는 기한을 명시한다. 양식은 정해진 게 없다. 한글 파일로 직접 써도 되고, 인터넷에 떠도는 서식을 참고해도 된다.

비용은 우체국 창구 기준 건당 보통 5,000원 안팎. 똑같은 내용 3부(임대인 발송용·우체국 보관용·내 보관용)를 만들어 등기로 보낸다. 요즘은 인터넷우체국에서 온라인으로도 보낼 수 있다.

2단계 — 임차권등기명령: 이사의 ‘안전핀’

앞에서 강조한 그 단계다. 관할 법원(집 주소지 관할)에 신청한다. 변호사 없이 본인이 직접 해도 된다.

필요한 서류는 임대차계약서 사본, 주민등록등본(전입 확인용), 부동산 등기사항증명서, 계약 해지를 통지한 내용증명 정도다. 신청서 양식은 법원 홈페이지나 ‘나홀로소송’ 사이트에서 받는다.

처리 기간이 관건이다. 신청 접수 후 법원 심사에 714일, 임대인에게 결정문이 송달되고 등기소에 촉탁이 들어가 실제 등기부에 기재되기까지 **보통 23주**가 걸린다. 다만 임대인이 일부러 우편을 안 받고 버티면 송달이 지연돼 한두 달 이상 늘어지기도 한다.

핵심은 다시 강조한다. 등기부등본을 직접 떼어 ‘주택임차권’ 등기가 올라온 것을 눈으로 확인한 뒤에 이사하라. 신청만 하고 이사 가는 게 아니다.

3단계 — 반환보증에 가입했다면: 보증사에 청구

전세보증금 반환보증(HUG·SGI서울보증·HF)에 미리 들어뒀다면 여기서 진가가 발휘된다. 집주인을 상대로 싸울 필요 없이 보증기관이 대신 보증금을 내주고(대위변제), 이후 집주인에게 구상권을 행사한다.

청구 시기에 주의하자. HUG 기준으로 전세계약 만기일로부터 만 1개월이 지난 뒤부터 이행청구가 가능하다. 그 전에 보증금을 못 돌려받은 상태여야 하고, 보통 임차권등기를 마친 뒤 청구하는 흐름이다. 청구 후 심사를 거쳐 통상 1~2개월 안에 보증금이 지급된다.

내가 어떤 보증에 가입했는지, 가입 자체를 안 했는지 헷갈린다면 보증 종류별 차이와 가입 방법을 정리한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HUG·SGI·HF 비교 글을 먼저 확인하는 게 빠르다. 이 단계는 “미리 가입한 사람만” 쓸 수 있는 카드라는 점이 핵심이다.

4단계 — 지급명령: 소송보다 싸고 빠른 지름길

보증보험이 없다면 법적 회수로 넘어간다. 그 첫 카드가 지급명령이다.

지급명령은 정식 재판이 아니라 서류 심사만으로 진행되는 독촉 절차다. 법원이 서류를 보고 “임대인은 보증금을 지급하라”는 명령을 내려준다. 인지대·송달료가 일반 소송의 절반 수준이고, 빠르면 한 달 안에 결정이 난다.

단점은 명확하다. 임대인이 결정문을 받고 2주 안에 이의를 제기하면 자동으로 정식 재판(본안소송)으로 넘어간다. 집주인이 “돈이 없다”가 아니라 “줄 마음이 없다”며 다툴 게 뻔하다면 지급명령을 건너뛰고 바로 소송으로 가는 게 시간을 아끼는 길이다. 반대로 임대인이 액수 자체는 인정하고 그냥 버티는 거라면 지급명령이 훨씬 경제적이다.

5단계 — 전세금반환소송과 강제집행

마지막 카드다. 정식 소송으로 승소 판결(집행권원)을 받고, 그래도 안 주면 집을 경매에 부쳐 배당받는다.

여기서 현실을 솔직히 말하자. 소송은 1심만 6개월1년이 걸리고, 경매까지 가면 추가로 6개월1년이 더 든다. 변호사 선임 시 수임료도 든다(보증금 규모에 따라 수백만 원). 승소해도 집값이 보증금보다 낮은 ‘깡통전세’면 다 못 건질 수도 있다.

그래서 소송은 “이기느냐”가 아니라 “현실적으로 얼마를, 언제 회수하느냐”를 따지는 단계다. 다만 임차권등기와 우선변제권을 제대로 지켜뒀다면 배당 순위에서 유리하므로, 1단계의 그 안전핀이 여기서 다시 빛을 발한다.

단계별 비용·기간 한눈에 비교

단계핵심 목적대략 비용대략 기간
내용증명통보 기록·심리적 압박5,000원 내외발송 즉시
임차권등기명령이사 후에도 권리 유지수만 원(인지·등록세)2~3주
반환보증 청구보증사가 대위변제무료(가입자)만기+1개월 후, 1~2개월
지급명령빠른 독촉·집행권원소송의 절반 수준1개월~(이의 시 소송)
반환소송·경매최종 강제회수수임료 수백만 원+1~2년

금액은 보증금 규모와 지역에 따라 달라지니 정확한 비용은 신청 시점에 법원·해당 기관에서 확인하자. 기간도 임대인의 협조 여부에 크게 좌우된다.

역전세·깡통전세·전세사기가 의심된다면

집주인이 단순히 돈이 안 도는 ‘역전세’인지, 애초에 떼먹을 작정이었던 ‘전세사기’인지에 따라 대응 강도가 달라진다. 등기부등본을 떼서 ① 내 전입일보다 앞선 근저당(선순위 채권)이 얼마나 잡혀 있는지, ② 같은 건물에 비슷한 피해자가 여럿인지 확인해보자. 선순위 채권이 집값에 육박하면 경매로 가도 배당이 거의 안 나올 수 있다.

전세사기 정황이 보이면 혼자 끙끙대지 말고 전세사기피해지원센터(국토교통부)나 지자체 전·월세 종합지원센터에 상담을 요청하는 게 좋다. 피해자 요건을 충족하면 경·공매 유예, 우선매수권 같은 별도 지원을 받을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지금 몇 단계부터?

상황별로 출발점이 다르다.

  • 아직 이사 전이고 집주인과 연락은 된다 → 내용증명 발송 → 임차권등기명령부터.
  • 반환보증에 가입돼 있다 → 임차권등기 후 곧장 보증사 청구. 소송 갈 일 거의 없다.
  • 집주인이 액수는 인정하는데 버틴다 → 지급명령이 가성비 최고.
  • 연락 두절·전세사기 정황 → 임차권등기와 동시에 지원센터 상담 + 소송 준비.

오늘 당장 할 수 있는 한 가지만 꼽으라면, 등기부등본을 한 통 떼어 선순위 채권부터 확인하는 일이다. 내가 어느 줄에 서 있는지를 알아야 그다음 카드가 보인다. 전세 들어갈 때 이런 사고를 애초에 막는 법이 궁금하다면 청년 전세자금대출 비교 글도 함께 보면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