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계약을 앞두고 보증보험을 알아보다 보면 머리가 복잡해진다. HUG, SGI, HF. 셋 다 이름은 비슷한데 보증료도, 한도도, 가입 조건도 다 다르다. 게다가 2025년 3월 HUG가 보증료율을 한 차례 손봤고, 전세사기 특별법도 바뀌면서 정보가 제각각이다.
이 글은 그냥 ‘뭐가 좋다더라’가 아니라, 내 상황에 어떤 상품이 맞는지 30분 안에 결정할 수 있도록 정리한 비교표에 가깝다. 깡통전세인지 확인하는 방법부터, 가입 거절당하는 12가지 이유, 그리고 만약 사고가 났을 때 임차권등기명령부터 대위변제까지 가는 순서도 함께 본다.
일단 내 집부터: 깡통전세 5분 자가진단
보증보험을 알아보기 전에 먼저 할 일이 있다. 내 전세가 이미 위험 구간에 들어와 있는지 확인하는 거다. 이걸 안 보고 계약하면 보증보험 자체가 거절될 수 있다.
가장 핵심은 전세가율이다. 전세보증금을 매매시세로 나눈 값. 80%를 넘으면 위험, 90%를 넘으면 사실상 깡통이라고 본다. HUG도 2023년 이후 전세가율 90% 초과는 보증을 거절한다. 시세는 KB부동산, 한국부동산원, 국토부 실거래가 세 군데를 교차 확인하자. 한 군데만 보면 집주인이 띄워놓은 가격에 속을 수 있다.
다음은 등기부등본. 인터넷등기소에서 700원이면 뗀다. 근저당, 가압류, 신탁등기가 있는지 본다. 특히 신탁등기가 있으면 등기상 소유자가 신탁회사라 일반적인 임대차계약이 무효가 될 수 있다. 위험 신호다.
마지막으로 집주인 세금 체납 여부. 2023년부터 임차인이 임대인 동의 없이 미납 국세를 열람할 수 있게 됐다. 계약서를 손에 쥐고 세무서를 방문하면 된다. 세금 체납이 있으면 경매가 됐을 때 보증금보다 세금이 먼저 변제된다.
이 세 가지 중 하나라도 빨간불이면 보증보험에 들기 전에 일단 계약 자체를 다시 검토해야 한다.
3대 기관 핵심 비교
| 항목 | HUG (주택도시보증공사) | SGI서울보증 | HF (한국주택금융공사) |
|---|---|---|---|
| 보증료율(연) | 0.097~0.211% (2025.3.31 개편) | 약 0.183~0.192% | 보통 0.05~0.07% (대출 패키지 시) |
| 보증한도 | 수도권 7억, 그 외 5억 | 아파트 10억, 단독·다세대 10억 | 전세대출 기준 |
| 전세가율 요건 | 90% 이내 | 비교적 유연 | HF 전세대출 대상 주택 |
| 임차인 단독 가입 | 가능 | 가능 | 대출과 묶임 |
| 청년·신혼 할인 | 최대 80% 보증료 할인 | 별도 우대 | 청년·신혼 우대금리 |
세 기관의 결이 다르다. HUG는 정부 산하라 보증료가 가장 저렴하지만 전세가율 90% 등 가입 요건이 깐깐하다. SGI는 민간이라 한도가 크고 조건이 유연한 대신 보증료가 비싸다. HF는 대부분 HF 전세대출과 묶여서 나오는 구조다.
보증금 3억, 2년 가입 기준으로 단순 계산해 보면 — HUG는 보증금 구간에 따라 대략 60120만 원, SGI는 110만 원 안팎, HF 대출 패키지는 3050만 원 수준으로 잡힌다. 정확한 시뮬은 각 사이트의 보증료 계산기에서 본인 보증금·계약기간·주택유형을 넣어보는 게 가장 빠르다.
여기서 자주 놓치는 게 청년 할인이다. 만 19~39세 단독 임차인은 HUG에서 보증료를 80%까지 깎아준다. 보증금 2억짜리면 연 보증료가 30만 원대에서 6만 원대로 떨어진다. 신혼·다자녀·저소득 가구도 마찬가지로 50% 안팎의 할인이 들어간다.
참고로 HF는 별도로 가입하는 상품이 아니라 한국주택금융공사가 보증하는 전세대출과 한 묶음으로 굴러간다. 카카오뱅크·토스뱅크·시중은행 전세대출을 받았는데 보증서 발급기관이 ‘HF’로 되어 있다면, 이미 일정 부분 반환보증이 묶여 있는 셈이다. 다만 보증 범위가 대출잔액에 한정될 수 있으니, 본인 대출 약정서의 보증 범위 조항을 한 번은 읽어두자.
임차인이 직접 가입할 수 있나
이게 의외로 많이 물어보는 질문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임대인 동의는 필요 없다. 임차인이 단독으로 신청한다. 다만 임대인의 주민등록번호 정도는 계약서에서 확인되므로 사실상 모르게 가입할 수는 있어도, 보증 사고가 나면 임대인에게 통보된다.
가입 시점도 헷갈리는 부분인데, 잔금일 다음 날부터 계약 기간 절반 경과 전까지 가능하다. 예를 들어 2년짜리 계약이면 1년 안에는 들어야 한다. 가장 좋은 건 잔금 치르고 전입신고와 확정일자 받자마자 그 주에 보증보험까지 신청하는 거다. 이게 안전한 ‘3종 세트’다.
가입 거절 사유 12가지
신청했는데 거절당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HUG 기준으로 자주 걸리는 12가지를 정리해 두자.
- 전세가율 90% 초과 — 매매시세 대비 보증금이 너무 높을 때
- 선순위 근저당 + 보증금 합계가 매매가의 90% 초과
- 신탁등기 주택 — 소유권이 신탁회사에 있어 임대차 효력 자체가 흔들림
- 미등기·위반건축물 — 건축물대장에 위반건축물 표시가 있으면 거절
- 임대인 국세·지방세 체납 — 보증사 입장에서 회수 위험이 큼
- 다가구주택에서 선순위 임차인 합계 초과 — 빌라가 특히 위험한 구간
- 계약 기간 절반 경과 후 신청 — 늦으면 안 받아준다
- 임대인이 보증 사고 이력자 명단(악성 임대인) — HUG가 별도 관리
- 깡통전세 집중 위험지역 — 일부 지역 매물은 가입 한도 자체가 제한
- 임대차계약서 미비 — 특약·등기·계약 당사자 불일치
- 동일 주택에 이미 다른 임차인이 보증한도 소진 — 다세대·다가구 흔한 케이스
- 임대인 임의 변경(잔금 직후 명의 이전) — 잔금일 직후 임대인이 바뀌면 거절 사유
특히 6번과 9번은 다세대·다가구에 사는 임차인이 자주 걸리는 함정이다. 계약 전에 보증보험 가입 가능 여부를 보증사 콜센터에 물어보고 답을 받은 다음 계약하는 게 안전하다. HUG 1566-9009로 전화하면 주소만 불러줘도 가입 가능성을 확인해 준다.
사고가 났다면: 임차권등기명령부터
보증금을 못 돌려받는 상황이 오면 머리가 하얘진다. 순서만 외워두면 그래도 덜 당황한다.
먼저 계약 종료 1개월 전 갱신 거절 통지를 내용증명으로 보낸다. 임대인이 묵묵부답이면 그게 증거가 된다. 종료일이 지나도 보증금이 안 들어오면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한다. 법원에 5만 원 안팎 비용으로 신청하고, 2주에서 한 달 안에 등기가 완료된다. 이게 중요한 이유는 등기 후에 이사를 가도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이 유지되기 때문이다. 새 집으로 빨리 옮겨야 하는 상황에서 핵심이다.
그다음 보증사에 이행청구를 한다. HUG는 임대차 종료 후 1개월이 지난 시점부터 신청을 받고, 심사에 대략 60일이 걸린다. 대위변제(보증사가 임차인 대신 보증금을 지급)까지는 평균 4~7개월. 그 후 보증사가 임대인에게 구상권을 행사해 회수한다. 임차인 입장에서는 보증금 100%를 보증사로부터 받는 구조다.
여기서 잘못된 기대 하나 — 보증보험에 들었다고 ‘바로 다음 날’ 돈이 나오지 않는다. 6개월 가까이 걸린다. 그동안 새 집 보증금을 마련해야 한다면 따로 단기 자금 계획을 세워야 한다.
보증보험 못 든 사람: 최우선변제로
가입 거절당했거나, 시기를 놓쳤거나, 이미 사고가 난 뒤에 알았다면 소액임차인 최우선변제 제도가 마지막 안전망이다. 경매로 집이 넘어가도, 일정 금액까지는 다른 채권자보다 우선해서 돌려받을 수 있다.
2026년 기준 서울은 보증금 1억 6,500만 원 이하 임차인에게 5,500만 원까지 최우선변제가 적용된다. 광역시·과밀억제권역·세종은 보증금 기준과 변제액이 단계적으로 낮아진다. 정확한 지역별 금액은 주택임대차보호법 시행령을 봐야 하지만, 요지는 경매 배당에서 제일 먼저 빠져나오는 돈이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전세사기 특별법으로 인정된 피해자는 우선매수권, DSR 예외 대출, 이자 감면 같은 별도 지원이 있다. 피해자 인정 신청은 국토교통부 전세사기피해지원위원회에서 받는다. 다만 인정까지 평균 두세 달이 걸리고, 모든 신청이 인정되는 것도 아니라는 점은 미리 알아두는 게 좋다. 신청 시점에는 임차권등기 완료, 임대인 미반환 사실, 보증금 규모를 입증할 서류를 모두 갖춰야 심사가 매끄럽다.
계약할 때 챙길 것 한 줄 요약
마지막으로 임차인 측 체크리스트만 추리면 — 계약 전에 등기부등본·건축물대장·국세 체납 확인, 계약서 특약에 ‘보증보험 가입 불가 시 계약 해제’를 넣고, 잔금일에 전입신고+확정일자+보증보험 신청을 같은 날에 끝낸다.
다음 주 안에 시간을 한 번 내서, 본인 보증금을 HUG 공식 계산기에 넣어보고 청년 할인 적용 여부까지만 확인해 두자. 보증료 6만 원으로 보증금 2억을 지킬 수 있다면, 그 정도는 충분히 가입할 가치가 있다.